50여 년 만에 미국에서 낙태죄가 부활했습니다.
13개 주에서 임신중단을 불법화하고 앞으로 더욱 확대될 거라고 합니다.
한국에서 낙태죄 ‘헌법불합치’ 판정을 얻어낸 지 고작 3년, 이후 관련 국내 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채 맞이한 거대한 후퇴의 징후입니다.

『유럽 낙태 여행』(2018)을 만들며 보고 들었던 다섯 나라의 투쟁 현장, 그리고 이 땅에서 우리가 싸워온 걸음들을 떠올리며 절망과 분노를 머금지 않을 수 없습니다.
각 나라의 역사에 생생하던 폭력들, 국경을 초월해 공포 속에 연대한 여성들, 함께 고통을 딛고 어렵사리 만들어온 변화들.
그렇게 전 세계의 여성들이 한 걸음씩 이루어낸 진보에도 불구하고 “지구상에 여성의 권리가 온전히 얻어진 곳은 어디에도 없다”는 현실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던 날들을 기억합니다.

여성에게 ‘낙태의 죄’를 묻는 일에 그럴듯한 대의는 있을 수 없습니다.
다시금 빠르게 확산하는 야만에 맞서, 현재진행형의 목소리를 함께 만들어나가요.